정서적인 궁핍감은 타인이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10월 초 밤 11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남편 카카오톡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남편과 애들이 피곤한지 다들 일찍 잠이 들었다. 월요일엔 다들 피곤한지 일찍 잠이 드는 날이 많았다. 그 전날 남편은 시골친구의 장례식 관련하여 종일 힘들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카카오톡 소리에 핸드폰을 열어봤다. ‘열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최근 밤에 카카오톡이 자주 왔기 때문에 궁금함이 컸다. 핸드폰을 열어보는 경우는 지금까지 23년을 살면서 2-3번 정도였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개인적인 것은 존중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김윤희’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두려움이 올라온 것은 왜 일까? 카카오톡의 내용을 맨 위로 올려보았다. 언제부터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궁금했다. 6월부터 카톡을 주고받았다. 서로 취미가 갔다며 좋아하는 시를 주고받았던 내용들이었다. 여자는 서울지역의 사람이었고, 우린 대구에 살고 있다. 남편이 일을 끝난 후에 몇 차례 만난 기록이 있었다. 심지어 ‘……이러니 제가 재범씨를 안 좋아하겠어요.’라는 문구도 있었고, 서로의 얼굴 셀카 사진까지 주고받았다. 어쩔 때는 밤 12시가 넘어서도 통화를 하거나 최근에는 밤 11시, 12시가 넘어서도 톡이 자주 왔다. 이런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온몸이 떨렸고. 그 순간 자는 방에 들어가 불을 켰다. 남편이 눈을 떴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김윤희’가 누구냐며 흥분되고 고조된 목소리로 말을 하니 잠이 들었던 아들이 짜증을 내며 깼다. 남편은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 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왜 아빠를 못 믿느냐’면서 눈에 힘을 주면서 나를 쏘아본다. 엄마는 늦게 통화하는 사람이 없었느냐. 아빠가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 라고 말하면 믿어줘야 되지 않느냐면서 눈에 쌍불을 켠다. 남편의 이야기는 그랬다. 시낭송 모임에서 알게 되었고, 먼저 연락이 왔고 톡으로 시에 대해 물어보니 대답을 해 주게 되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답을 보냈는데 자주 연락하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사람관계가 그렇지 않느냐며. 취미도 같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부적절한 관계까지는 아니다. 남편의 마음을 뺏겼다고 생각하니 괴롭고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위로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특히 정서적인 궁핍함이 있는 사람에게 따뜻함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자기통제가 강한 사람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만약 남편이 여자가 아닌 인터넷 게임이나 모바일에 빠져 산다면 그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런 문제는 대상만 다를 뿐, 비슷한 형태다. 또한 정신적인 공허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쌍방이다. 서로의 노력부족이다. 어쩌면 ‘서로의 노력부족’이라고 단정 짓기엔 성급할 수 있겠지만, 서로가 친밀해 지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서로가 얼마나 했을까? 쉽게 말하는 ‘무늬만 부부’였던 세월은 있지 않았을까? 정서적인 궁핍함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나름의 방법으로 채워간다. 사람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로 채우는 사람들도 많다. 그 어떤 것에 가치를 많이 두고 있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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